부질없다.
by gom9
밤길
이 바닥이 야근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직종이라는 건 이해한다.
시간을 투자하고 리뷰 또 리뷰를 하면 쥐꼬리만큼이나마 계속 퀄러티가 좋아진다는 것도 알고 있다.

그런데.
수당은 주지도 않고, 택시비는 사치이며, 연봉협상은 남의 이야기.
이러면서 어떻게 좋은 결과물을 바라니.
수당을 주지 않으니 야근을 하면 할 수록 억울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,
속물이라 비난해도 기꺼이 그 비난 받겠다.
연봉협상은 늘 그러하듯 협상이라기보다 통보였으니
그것도 그냥 패스 해 주겠다.
그러나 택시비만큼은 절대 양보할 수 없을 것 같다.
이건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다.
물론 택시비를 주지 않는 관계로 나는 늘 12시 이전에 퇴근을 한다.
야근비도 없는 마당에 집까지 할증을 붙여가며 내 피같은 돈을 토해낼 수는 없는 일 아니잖는가.
눈치?
그게 뭔데.
나는 내 앞가림 하기도 벅차다.
그래도 지하철 막차 시간 놓치고 늦게까지 다니는 버스를 타고 퇴근을 하면 1시쯤 동네에 도착한다.
동네가 후진 까닭에;;; 큰 길로 빙 돌아감에도 불구하고
여전히 집으로 가는 길은 무섭다.
오늘은, 어떤 미친 놈이 "아가씨, 뭐 하다 이렇게 늦어요?"하면 묻더라.
미친 거 아냐? 댁이 무슨 상관이야.
하는 마음으로 힐끗 쳐다보니 순간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.
"날 쳐다보는 눈빛이 마음에 안 들어서요." 혹은 "날 무시하는 것 같아서 죽였어요." 라고 자백하던 범인의 진술.
그런 류의 사내였다.
샛노란 티셔츠에 짧은 스포츠 머리, 귀찮아서 불려버린 살이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축 늘어진 탄력없는 몸,
그리고 빠뜨릴 수 없는 쓰레빠.
나는 대꾸는 하지 않았지만 다소곳이 눈을 떨어뜨리고 살짝 웃어주고 종종 걸음으로 앞서 나갔다.
비굴_ 맞다. 나 비굴했다.
살기 위해 자존심 따위는 버릴 수 밖에 없었다.
그런데 이 남자, 나의 이 눈물어린 정성을 보지 못했는지 성질이다.
"같이 가요! 아가씨! 대화하면 안 돼요?"
당연히 안 된다. 꺼져.
아, 더 빨리 걸어. 뛰는 것처럼 보여서는 안 돼.
"나 나쁜 사람 아니에요. 아~이씨!"
신호등아 바껴라 바껴라.

식은땀이 흘렀다.
그래, 너 나쁜 사람 아니어서 소리만 지르고 겁만 주고 안 때려줘서 고맙다.
내가 소심한 거지 넌 나쁜 사람 아닐 수도 있어.
그런데 다시는 그러지 마라 이 거지같은 놈아.

이따금 지인들이 집에 바래다줄 때, 늘 큰 길에서 그냥 내려달라 했었다.
그래도 사람들은 여자가 밤 늦게 들어가는데 집 앞까지 데려다준다고 해서 못이기는 척 하고 집 앞까지 가기는 했었다.
거기서 거기지 뭐 별 거겠어. 라고 생각해 왔었다.
하지만 다음부터는 꼭 집 앞까지 데려다 달라고 할 거다.

그리고 양선생.
그렇게 돈 아끼려다가 사람 잃는다.
제발 당신들 룸싸롱 가서 흥청망청 여자 속옷에 끼워줄 돈 아껴서
애들 용돈이나 줘라.

내가 반.드.시.
퇴사할 때 당신들! 거.덜.내. 버릴 거야.
by gom9 | 2009/06/15 02:54 | memory | 트랙백 | 덧글(1)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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Commented by sol at 2009/06/15 10:14
그런미친놈이나 왕이나 다 똑같은 미친놈에 후진것들이예요 아 정말 후지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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